[영국 음식] 선데이 로스트 - 영국인들이 일요일마다 먹는 전통 요리
영국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 1편
영국 음식은 맛 없기로 유명하다. 알려진 음식이라고는 보통 피쉬앤칩스 정도인데 영국에 피쉬앤칩스만 있는 건 아니다. 사실 영국 음식이 다른 나라 음식에 비해 화려하지 않은 건 맞지만 아무리 영국이라도 영국인들이 자부심을 갖는 요리가 있다. 그건 바로 선데이 로스트(로스트 디너)이다.
선데이 로스트 (Sunday Roast)

로스트 디너(Roast dinner)라고도 불리는 선데이 로스트(Sunday roast)는 영국인들이 일요일에 즐겨 먹는 영국 전통 요리이다. 이 요리는 오븐에 구운 고기, 구운 감자, 요크셔 푸딩*, 소세지, 스터핑**, 각종 야채, 사과 소스 등을 함께 곁들이고 컬리플라워 치즈, 브로콜리, 브뤼셀 스프라우트, 양배추, 파스닙, 완두콩, 당근 등의 야채와 함께 구성되며 그 위에 그레이비 소스를 부어 먹는다. 일요일에 가족들과 단란히 둘러앉아 힘들었던 한주를 보상하듯 푸짐하게 접시에 담아내 즐기는 영국의 대표적인 가정식이다.
*요크셔 푸딩(Yorkshire pudding): 요크셔 지방에서 유래되었으며 밀가루, 달걀, 우유로 만든 반죽을 부풀려 만든 빵. 로스트 디너를 먹을 때 그레이비에 적셔 먹는다.
**스터핑(Stuffing): 허브와 빵과 같은 전분으로 구성되고 닭고기, 해산물, 채소 등 다양한 재료가 채워진 음식이다.

선데이 로스트는 대부분의 펍에서 일요일마다 판매된다. 토비 케버리(Toby Cavery) 같은 로스트 디너 전문 체인점은 평일과 토요일에도 로스트 디너를 주문 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펍에서는 보통 일요일에만 제공 된다. 펍이 아니라도 영국의 많은 식당에서 로스트 디너를 일요일마다 판매하는데 리버풀에 살 때 가장 좋아하는 로스트 디너 식당은 사실 독일 맥주집이었다(!)

로스트 디너는 일요일 뿐 아니라 부활절, 크리스마스 같은 날에도 먹는 특별한 음식이다. 로스트 디너의 고기는 닭, 소, 돼지, 양고기 등을 주로 사용하지만 크리스마스에는 특별히 칠면조 고기를 사용하고 베이컨에 감싸진 소시지인 피그 인 블랑킷(Pigs in blankets)을 곁들이는 것이 특징이다. 특이한 점은 고기 마다 그레이비 소스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레이비 소스는 고기 육즙을 베이스로 만든 소스로 비프 그레이비, 치킨 그레이비 등 육류에 맞는 그레이비 소스를 사용해야 한다.

로스트 디너는 손님을 대접하기에도 좋은 음식이다. 로스트 디너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 정성이 필요한 요리이다. 재료를 하나 하나 손질해야하고 야채를 삶고 고기를 오븐에 오랜 시간 구워내야 한다. 산업화 시대에 일요일 아침에 고기를 오븐에 넣어두고 교회에 다녀와 로스트 디너를 먹었다는 유래가 있는데, 그만큼 완성에 기다림이 필요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요리를 준비하는 데에만 하루 반나절이 지나고, 푸짐한 양 만큼 재료 값도 만만치 않은 음식이기 때문에 가족이나 귀한 손님을 초대했을 때 대접할만한 음식이다.

특히 감자에 손이 많이 가는데 영국인들은 한국인들이 쌀밥 먹듯이 감자를 먹기 때문에 감자의 구움 정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남편 친구들은 크리스마스마다 로스트디너 대회를 하는데 (엄마들이 만들어준 로스트 디너 중 제일 맛있어 보이는 디너를 고른다.😂) 평가 요소 중 하나가 감자의 굽기 상태이다. 물에 한번 삶은 후 감자의 표면을 거칠게 다듬은 다음 적정 시간을 구워야 바삭한 구운 감자가 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위 사진처럼 표면이 탄 듯이 구워진 감자가 제일 맛있었다. 남편표 로스트 포테이토 최고 🥔😝👍🏼

사실 나는 로스트 디너는 주로 시어머니가 해주시거나 집 근처 펍에서만 먹어왔기 때문에 런던 관광객들에게 추천해줄 만한 맛집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리버풀에서 유학할 때 즐겨 먹었던 리버풀 로스트 디너 맛집이 하나 있는데 내 사촌 동생이 런던에서 비싼 돈 주고 먹은 것보다 여기가 더 맛있었다고 했다. 바로 Albert's Schenke 이라는 독일식 펍 & 식당인데 일요일마다 영국 전통 음식 선데이 로스트를 판다. 커다랗고 퐁신폭신한 요크셔 푸딩과 엄청 부드러웠던 소고기가 정말 환상적이었던 곳. 리버풀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꼭 추천하는 곳이다.
📍 16 Hanover St, Liverpool L1 4AA
영국에서 처음 먹어본 로스트 디너. 나는 양고기 남편은 소고기를 주문했다. 처음 먹자마자 ‘어? 영국 음식이 맛있네??’ 라고 생각했었다. 윈더미어(Windermere)의 더 알버트(The Albert)라는 펍이었는데 처음 맛본 그레이비에 절여진 요크셔 푸딩의 부드러운 맛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양고기 냄새도 심하지 않아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
📍 Queens Square, Bowness-on-Windermere, Windermere LA23 3BY

여담으로 한국인 가정에 초대를 받았는데 로스트 디너에 배추김치 + 깍두기 + 쌀밥 ㅋㅋㅋ 사실 맵고 짠걸 사랑하는 토종 한국인으로서 로스트 디너가 느끼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 종종 김치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생각만 해왔던 김치 로스트 디너를 만들어 주셨다.🤣

영국 음식이 한국인 입맛에 100% 맞지 않을 수는 있지만 로스트 디너는 꽤 맛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일요일에는 영국인들의 문화인 전통 로스트 디너를 경험해보시길 바란다. 영국에 왔다면 꼭 필수로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다. 영국에도 먹을만한 음식이 있다.🤣
2편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하다.
[영국 음식] 영국식 아침 식사 -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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