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쉬었던 몇년 동안 인생의 큰 변화들이 있었다. 첫번째는 대학원 졸업 후 리버풀을 떠나 런던에서 취업을 한 것, 그리고 리버풀 - 런던 장거리 연애를 끝내고 2024년 8월 3일, 런던 Hamtpon Court Palace Golf Club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영국에서의 결혼식은 한국의 결혼식장 만큼 조명과 무대가 화려하진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하루종일 축하 받고 먹고 마시고 춤추는 그런 결혼식이었다. 사실 내가 영국에 오게 될 줄 상상도 못했던 시절부터 아빠 거래처 지인들로 가득한 3시간 짜리 결혼식을 할 바엔 스몰 웨딩을 하거나 결혼식을 하지 않겠다고 엄마에게 종종 선언(?) 해왔는데(결국 부모님의 반대로 영국 결혼식 하객 3배 인원 모시고 한국에서 약혼식을 하긴함🤣) 영국인과 결혼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얼렁뚱땅 꿈을 이루게 됐다.

감사하게도 한국에서 가족과 친척들이 와주셨다. 다들 영국식 결혼식은 처음이라 낯설어하셨지만 그래도 가족들이 멀리서부터 와주셔서 더욱 의미 있는 날이었다. 그럼 우리 가족을 경악(?)하게 했던 영국의 결혼식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알아보자.
1. 결혼식 당일 아침 - 준비하기 9:00 am

영국은 대부분 샵보다는 신부의 호텔방(또는 집)에서 출장 메이크업과 헤어를 받는다. 이 때 신부 측 엄마와 자매, 신랑 측 엄마와 여자 형제, 브라이드메이드(Bridesmaid 신부 측 들러리)가 아침 일찍 신부의 방에서 아침을 먹고 샴페인을 마시며 같이 준비를 하게 된다. 이 때 신부의 친구들이나 양가 가족들 중 원하는 사람은 신부의 출장 아티스트에게 함께 메이크업/헤어를 받는다. 신부의 친구들이 신부와 함께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는게 한국에서는 낯선 풍경일 듯 한데 꼭 브라이덜 샤워같고 재밌었다! 보통 이렇게 준비가 끝나면 신부의 아버지가 신부를 만나게 된다. 신랑 측도 똑같이 그룸스맨(Groomsmen 신랑 측 들러리)들과 아침부터 함께 술을 마시며 준비를 시작한다.
2. 결혼식 세레모니 14:30 pm

영국의 결혼식에는 사회자가 없다. 주례자는 있다. 신랑 신부 입장을 외치는 사회자가 없는 대신 음악으로 입장을 알리게 된다. 주례 없이 사회자만 두는 결혼식이 대세인 한국과는 정반대다. 결혼식 후 동사무소에 가서 혼인 신고를 하는 한국과 달리 영국에서는 보통 결혼식 세레모니에서 혼인 신고서에 싸인을 하고 이러한 절차는 의회에 소속된 주례자가 맡게 된다. (영국 성공회 결혼식은 목사가 이를 대신한다.) 우리는 이미 혼인 신고를 한 상태여서 다니는 한인 교회 목사님께 주례를 부탁드렸다.
3. 세레모니 후 사진 촬영 15:00 pm

세레모니 후에는 하객들에게 웰컴 드링크를 대접하고 한국식 웨딩과 동일하게 하객들과 사진 촬영 시간을 갖는다. 하객들과의 촬영이 끝나면 약 1시간 정도 신랑신부만의 촬영 시간이 있다. 한국은 결혼식 전 미리 웨딩 촬영을 하고 결혼식장에 사진을 전시하는 반면에 영국 결혼식은 신랑 신부의 웨딩 촬영을 결혼식 당일날 갖는다. 신랑 신부가 촬영을 하는 동안 하객들은 수다를 떨거나 술을 마시며 기다린다. 나는 골프장에서 결혼식을 해서 하객들이 간단한 퍼팅을 하며 기다릴 수 있었다.
4. 2부 웨딩 리셉션 17:30 pm

사진 촬영이 끝나면 Wedding breakfast (또는 Wedding luncheon) 시간이다. 아침 식사가 아닌데 왜 Breakfast라고 불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식사는 3코스 식사로 준비된다. 가든 바베큐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2부에서는 사회자의 진행 하에 이벤트를 하고 축가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국 웨딩은 사회자가 없기 때문에 베스트맨(Best man, 그룸스맨 중 신랑과 가장 친한 사람)이 컵이나 종을 쳐서 시작을 알린다. 신랑 신부, 부모님, 베스트맨과 메이드 오브 오너(Maid of honour, 브라이드메이드 중 신부와 가장 친한 사람)는 맨 앞 롱 테이블에 앉는다.
2부 리셉션의 핵심은 신랑 스피치, 그리고 베스트맨 스피치인 것 같다. 신랑 신부의 아버지도 스피치를 하지만 우리는 생략했다. 베스트맨 스피치란 신랑과 가장 친한 들러리인 베스트맨이 신랑 신부에게 축하를 전하고, 또 신랑과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베스트맨은 스피치를 통해 신랑에게 망신을 주는 것이 국룰😂 2부에서 섭외 가수나 지인이 축가를 하기도 하는데, 영국 결혼식은 3부 파티가 있기 때문에 축가가 꼭 필수는 아니다. 나는 친구가 싱어송라이터여서 축가를 부탁했다. (내 칭구 최고...🩷)
5. 부케 던지기 19:30 pm

한국에서는 보통 부케를 받아줄 부케 순이를 미리 정하지만 영국에서는 부케를 받을 사람을 미리 정하지 않는다. 날 것 그대로 프로포즈를 받고 싶은 여자들의 치열한 전투와 부케 받은 여자의 파트너가 당황한 모습을 볼 수 있음. 나는 사실 꼭 부케를 받았으면 하는 친구가 있었고 다들 그 친구가 다음 신부가 돼야한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어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긴 했지만 친구 남친 반응 너무 웃겼던 기억🤣
6. 3부 퍼스트 댄스와 파티 20:00 pm

영국 결혼식은 3부가 있고, 이 점이 한국과는 가장 다른점이라고 생각한다. 3부에서는 보통 디제이나 밴드 등을 섭외해 클럽이나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먼저 신랑 신부가 케이크 커팅을 하고 퍼스트 댄스(First dance)를 추며 파티의 시작을 알리게 되고, 퍼스트 댄스의 음악은 보통 신랑 신부에게 의미 있는 로맨틱한 곡으로 선택한다. 신부의 아버지와 신부가 함께 춤을 추는 것도 영국의 전통이지만, 나는 아버지가 결혼식 3일 전에 영국에 오셨기 때문에 따로 준비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우리 아빠가 급 흥이 올라 둘이서 막춤을 추게 됨ㅋㅋㅋ) 이렇게 퍼스트 댄스가 끝나면 파티가 시작되고 보통 밤 12시까지 이어지게 된다. (한국인 하객들이 경악했던 모먼트랄까...) 이때 하객들에게 이브닝 뷔페와 웨딩 케이크를 제공한다.
7. 그외의 팁

영국 결혼식과 한국 결혼식의 또 다른 차이점은 축의금 문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의 결혼식에서는 요즘 10만원 이상을 기본으로 하는 것 같다. 영국의 결혼식에서 축의금은 꼭 필수는 아니지만 축의금을 전달하기를 원할 경우 30-50 파운드(또는 그 이상) 정도를 기본으로 하며 축의금 대신 와인, 화장품, 주방용품 등의 선물을 주기도 한다. 우리는 하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미리 요청하지는 않았지만 신랑 신부가 원하는 선물을 미리 하객들에게 안내하는 것도 특징.
여성 하객 드레스코드의 경우 단정하고 수수한 편인 한국의 하객복장과는 다르게 화려한 컬러나 무늬가 들어간 긴 기장감의 드레스를 주로 입고 튜브톱 드레스나 나시 드레스를 입어도 된다. 파티니까 게스트들이 화려하게 꾸미는게 당연한 문화다. 공작새처럼 화려한 패시네이터 모자들을 많이들 착용하며 흰색 계열의 컬러나 글리터가 과한 드레스만 피하면 민폐하객이 되지 않는다. 남자는 정장을 입으면 된다.

요즘 한국에서 스몰 웨딩이 점점 유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영국의 결혼식도 절대 저렴하지 않고 스몰이라해서 절대 비용이 스몰이 되는 건 아니지만…🤪 크고 화려하지는 않아도 소중한 사람들만 초대해 아침부터 밤까지 즐기는 영국식 웨딩은 스몰 웨딩을 찾는 커플에게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어린 조카들부터 어른들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 댄스 플로어에서 춤추던, 내가 꿈꿔왔던 축복받는 결혼식을 현실에서 이룬 것 같아 정말 행복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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